2011-2013

각오

choheeher 2013. 10. 16. 21:41

엄마랑 저녁으로 주꾸미볶음을 먹고 독서실에 와서 독서실 아줌마랑 잠깐 이야기했다.

지금 나는 마음이 헛헛하다.

다른 사람의 합격 소식을 들을 때, 알싸한 기분 그런 느낌이란.


이번이 마지막이기를.


아직도 하고싶은 것은 많다. 하지만 이제는 체념하는 쪽이 더 익숙해져버렸다.

자존심은, 다 접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수면아래의 시간을 버틸 수 있을만큼은 '접혔다'.


첫번째 도전과 두번째 도전에 모두 실패라는 도장이 찍히면서 나는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상황들을 회상하고, 바보같은 나 자신을 미워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못난 꼴을 보였고

동시에 가족들에게 원망을 쏟아내며 상처를 남겼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는 것은 없었다.

어느 시점에서든지 미래는 불확실하고

모든게 다 정해지고 나서 정리되는 것이 과거다.


6년간의 선택의 누적분이 바로 지금 나 자신일 뿐.


고백컨대 나는 이때까지 단 한번도 나 자신을 감동시킬만큼 치열한 삶을 살아본 적이 없다.

한때 정신없이 바쁜 적은 있었지만

그것은 외롭고 불안했던 20대 초반의 '부침'일 뿐이었다.(공부를 시작하고 이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변명으로 점철된 인생.

결국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의 속도에 1보다 큰 가속도값이 있다고 할 때, 시간이 갈수록 가속도값이 점점 커진다고 하여도 2014년의 값은 앞으로 남은 내 인생 80년의 시간중에 가장 작은 가속도값일 것이고

그 사이 1년이라는 시간동안 세상을 뒤흔들 그 무엇이 나타난다고 하여도

나의 본질을 뿌리채 뒤흔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의 반은.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도 있지만, 버티기가 반이다.

그러니 더 이상 여기저기 정신 팔리지 말고

내 모든 자원과 에너지를 집중하여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EXIT하자.

세번째 도전을 시작하는 각오.


"너는 너를 완전히 연소시킨 경험을 갖고 있니? 우리는 끓기만 하면 그게 연소된 걸로 착각한다. 자기를 하얗게 태우지도 않았으면서. 몸이 뜨거워진 순간 연소된 줄 알아."

-영화감독 변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