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희의 이야기

끼에 대하여

choheeher 2014. 6. 14. 02:12

답을 구하러 온 나를 앉혀놓고

오 교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되게 끼가 있고싶어하는데 끼가 없는 사람이야. 너가 진작에 끼가 있었으면 벌써 어디라도 나가서 사고쳤어야 돼.


나를 너무나도 잘 파악하신 교수님의 따끔한 조언이었다.


밝게 인사를 드리고 돌아서서 집으로 가는 길에

나는 엉엉 울어버렸다.

마치 분하고 억울한 것처럼 눈물이 났다.


그 날 이후로 나에 대해서 쭉 생각했다.


돌이켜보니 나는 그래왔었다.

주류가 아닌데 주류에 들고 싶었고

끼가 별로 없는데 끼가 있고 싶었고

엘리트가 아닌데 엘리트가 되고 싶었다.


아 그래서 내가 그런 식으로 고군분투하며 살아온거구나.


내 모든 경험들은 그렇게 만들어져 온 것이었다.

나에 대해 명확히 정리하고 나니까

답답했던 것이 조금 풀리는 기분이었다.


다시 찾아간 자리에서 교수님께 나는 말했다.


교수님 제가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끼에 대해 계속 생각해보고서요. 이런 결론을 얻었어요.

나는 스스로 정리해본 나에 대해 이야기했다.


교수님께서는 내가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해온 게 무척 재미있다는듯이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그래 자기의 부족한 부분을 알고

열심히 채워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너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인거야


언젠가는 주류에 들어갈 거고

끼가 있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고...

그리고 너는 이미 엘리트야

걱정하지 말고 뭐든지 열심히 해봐

열심히 해야 돼 꼭.


나를 알았으니. 교수님 말씀대로 뭐든지 열심히 하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