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잘 거절하지 못한다. 그래도 3년 남짓 세상에 떨궈져 있으면서 입장을 분명히 해야하는 상황에서 어물쩡거리다가 한두번 낭패본게 아니기에.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나 이제 웬만큼 확실해졌다고.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아닌가보다.
얼마 전엔 학교에서 MBTI 검사를 했는데 난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나왔다. 맞긴 맞는 것 같다. 교수님께서는 외향과 내향 둘중 어느것이 더 좋고 나쁘고한게 아니라 그냥 각자의 특성이라고 했다. 나의 정확한 특성은 INFJ 였다. 종잡을 수 없었던 나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수있게 되어서. 확실한 유형으로 확인시켜주니까 뭔가 안심이 되었다. 교수님께서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말도하셨으니까 뭐 좋다 쳐.
나는 아빠한텐 착한 딸인 것 같다.
엄마한테도 착한딸이 되어야하는데...
엄마 말은 듣기 싫은게 더 많다.
착한 언니, 누나는 어차피 못 된다. 완전 욕심 쩔고 횡포부리는 언니에 잔소리쟁이 누나다.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한다.
오늘 본예배에서는 열심히 기도드리고. 정말 좋은 목사님 말씀 듣고. 다시 한주간을 살아갈 힘을 얻고 그랬는데.
대학부 예배시간이 되자 내내 한 가지 생각으로 괴로웠다.
온전히 설교에 집중하지 못하고 머릿속을 가득메운 고민.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다신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도 내자신이 너무 불쌍하기도하다. 이젠 거의 모든게 정리되어가는데. 이젠 하고싶은 것도, 펼쳐보려는 꿈도 있는데.
무엇보다도 정말로. 나 이젠 아무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열심으로 믿어보고 싶은데...
난 처절하게 초라한 존재다. 조그맣고 나약한.
난 착한 애가 절대 아닌데. 감정에 약한듯 싶다. 이기심인걸까 생각도 하게된다. 하지만 이기심이라고 하기에는 내모습이 너무 슬프다. 이성과 감정 사이에서. 내 자아상이 혼란스럽다.
나도 내가 현실에 부딪혀보고 나면 두려움에 벌벌 떨게 되어버리고 말까. 점점 부정적인 생각만 하고 절망하는 사람이 되어버릴까.
끝까지 할수 있다고. 나는 해낼거라는 생각으로 긍정을 잃지 않으면서 오래도록 버텨낼 수 있을까. 지금은 충분히 할 수 있을것만 같은데. 나이를 먹어가고, 조바심이 들기 시작하면 그게 잘 안되나보다. 아냐 그래도 난 자신있어.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이 순간이 나는
너무나도 초조하다.
어떻게 하는게 제대로 사는걸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근데 꼭 제대로만 살아야할까?
쓸데없는 생각들일까?
그럼 쓸데있는 생각들은 뭘까?
대체 인생이란 무엇인가
아 도대체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