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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010 2010. 11. 26. 01:00거울면에 비친 나
단대 선거가 끝난 어젯 밤, 어떤 식으로든, 주체하기 어려운 나를 쏟아낼 무언가가 필요했고, 나는 오랜만에 정신을 놓아버렸다.
나는 과하다 싶을정도로 생각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걸 알면서도 잘 멈추지를 못하기 때문에 나는 언젠가에 돌아버릴지도 모른다. 오늘 기음이 수업에서 베토벤도 슈만도 말년에 정신이상자가 되어버렸다는 얘기를 듣고, 언젠가에는 내가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난 벌써부터 정신이상자일까.
거울면에 비친 나.
완벽히 백 퍼센트의 정반사로 사물을 비추는 유리거울이라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단 한번도 완전한 내 모습을 본 적이 없는거라고, 언젠가 내 내면속에서 인식하는 자아와 객관적으로 바라본 자아와의 괴리감이 심한 것 같단 얘기를 꺼냈을 때
상담선생님은 "상담 시작하기 전에 했던 서약, 잊지 않았죠?" 하며 내게 재차 확인을 시켰다.(본격적인 상담을 받기 전에, 자살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시킨다.)
"두개골에서 뇌를 꺼내서 차가운 물로 씻어내면 구정물이 나올것 같아요. 깨끗이 헹궈서 머릿속에 다시 집어넣으면 시원할 것 같아요. 가끔은 너무 많은 생각들에 뇌로 연결되는 어딘가를 끊어버리고 싶다고 느낀 적도 있어요." 하는 내 말에
"현실 속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거, 알고 있는거죠?" 라고도.
나는 내면의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10번의 상담을 받기로 했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강박관념에서의 탈피는 시급하다. 나의 행동을 결정짓는 잠재적 의식 속의 자아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본 것도 여러 번. 말없는 배려심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말해주지 않으면 절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거라는 사실을 힘들어하는 후배를 위로해주면서 다시 기억해냈다.
그리고는 어느 정도의 수준이 못되는 사람들에게 더이상은 굳이 잘해줄 필요는 없는거라고, 나도 모르게 내 맘을 뱉어버렸다. '자기'로 가득찬 사람에게는 다가가기 어려운 점이 많기 때문에, 의식하기 시작하면 내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진심으로 대하지 않는다면 그 누군가도 날 진실로 대해주지 않게 되겠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들에게 내가 그랬던것처럼. 어찌되었건, 남을 미워하지 말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감당하기 힘들어하는, 항상 모두를 사랑해야한다는 강박증에 가까운 것에 혼란을 느껴야 하는 게 내 운명인가 싶기까지 했다. 이 모든게 스스로를 자해하는 열폭의 표현이라면 그런지도 모르겠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겠다. 내 탓이냐 네 탓이냐 하는 일들에 내 탓이오 하고 말아버리는 언제나 나는 그런 바보같은 나니까.
오늘로서 끝났고, 내일로서 잠정적으로 마무리되는 일들, 그리고 열심히 해보기로 한 학교생활.
지나온 추억들을 담으며, 정리 그리고 또 정리...
내 존재의 본질과 온갖 허섭쓰레기들을 두고 고민하면서도, 부모님께 부끄러운 딸이 되지 않으려고, 힘들지만 잘 지낸다.
2011, 내게 남은 목표는 하나뿐이다. 무엇인가 '오직 하나'가 된다는 사실이 벅차고 행복하다면 섣부른 기대일까. 실은, '오직 하나' 가 잡다한 내 생각들을 솎아줄 현실적인 방법이 되어줄 수 있을것만같다는 기대는 이런 내게 한줄기 희망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가오는 미래, 이제 막 스케치를 시작한 나의 도화지에 그려가는 청춘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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